나는 열두 시간이나 걸리는 대 수술을 세 번이나 했다. 마지막 수술은 내가 학교 입학하기 한 달 전에 했는데, 몸이 완쾌되지 않아서 그런지 나는 늘 수업을 따라가기가 너무나 힘이 들었다. 그토록 오고 싶어서 온 학교생활이지만 늘 손발이 무어있고, 눈이 침침해서 남들보다 두 배는 더 노력 하는 것 같은데 노력한 만큼 학업능률이 오르지 않아서 갈등도 많았다.

대학을 나온 남편과 살려니 무식한 티 안내려고 늘 말 한마디도 신중 또 신중히 하고 어렵게 살았다. 남편은 그동안 대화가 안 통해서 참으로 답답했으련만 내게 답답하다는 내색 한번 않더니만, 요즘은 내가 일성여자고등학교에서 배운 교양 있는 말을 하면 아주 신이 나서 더 많은 얻을 내게 가르쳐 주려고 한다. 그러나 내가 받아들이는 데는 늘 한계가 있어서 남편에게 미안하다.

남들은 한문시험을 잘도 통과 하는데 나는 마취 때문인지 늘 남들보다 시험을 통과 하는 것이 늦었다. 그래도 꾸준히 한 결과로 이제는 사장성어를 모두 마치고, 읽기도 관왕에 다가가고 있는 중이다. 이제야 머리가 열리는 것 같고, 눈이 맑아지는 것 같은데 졸업이라니 아쉽기만 하다.

우리 집 앞에는 두릅나무도 있고, 뽕잎나무도 있고, 앵두나무도 있다. 지난봄에 두릅이 피기 시작할 때 나도 따고 싶어서 쳐다보면 남들이 이미 따가고 없었다. 그런데 하루는 저녁에 학교 끝나고 돌아오는 길에 쳐다보니 내가 딸 순이 또 올라와 있었다. 남들이 다 따가고 없어도 내가 딸 순이 또 있구나! 하소 신이 나서 나는 드롭을 딸 욕심에 서두르다가 가시가 손톱 밑에 박혀서 통증이 느껴졌다. 나는 그 순간 ‘아! 나는 이 작은 가시하나에 찔려서도 통증을 느끼면서 내가 배우지 못해서 남편이 답답했을 그 심정 때문에 나는 목이 메어 울면서 집으로 들어갔다.

남편이 외우느냐고 묻는데, 나는 차마 당신의 그 마음을 내가 이제야 헤아려져서 운다고 말하지 못 했다. 그리고 드룹을 핑계대고 말았다.

나는 이제야 공부할 준비와 남편이 가르침을 받을 준비가 되었는데 어느새 졸업이라니 너무나 아쉽고 서운하다. 이제 제대로 한 판 붙어보고 싶은데..

그러나 이제 그동안 사설로, 독서노트로, 과학스크랩 등으로 꾸준히 갈고 닦은 실력으로 ,남편과 자신 있게 대화하면서 당당하게 기 안 죽고 살 자신이 생겼다.

또 그동안 방학 때마다 여행 동아리를 만들어 박물관이나 유서 깊은 유적지, 명승지등을 많이 여행했다. 그 덕에 역사 속에 얽힌 여담도 많이 알게 되었다. 졸업을 하면 남편과 여행을 하면서 그동안 고마웠던 심정을 분위기 잡고 고백해 볼 작정이다.

내 손톱 밑에 박힌 가시보다 더 아팠을 남편의 마음을 어루만지면서 내 진정 당신을 사랑한다고, 이 늦은 나이에 당신의 수고를 아끼지 않고 나를 공부시켜 주어서 고맙다고…….